상한 감정의 치유

거절받은 내면아이의 치유 - (3) 사례

agape824 2024. 10. 1. 18:58

들국화(가칭)는 어려서 부모로부터 거절과 방치를 경험했다. 들국화는 딸만 여섯이 있는 집안에 일곱번 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병석에 있던 할아버지도 아들을 낳기를 기다렸는데 딸로 태어난 것이다. 들국화의 부모는 크게 실망하였으며 좌절감을 느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들국화가 태어난 지 삼일이 되는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때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엄마는 들국화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도 할아버지 따라 (저 세상으로) 가거라."

 

아빠와 엄마의 결혼 생활은 불행했다. 날마다 한숨과 한탄, 그리고 서로 소리지르며 싸웠다. 엄마는 집안 일은 물론 농사일도 도맡아 하셨다. 들국화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없었다.

 

들국화가 세 살인가 네 살 때의 기억이다. 할아버지의 제삿날이었다. 추운 겨울 밤, 들국화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무리 동네를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일까? 나중에 이웃집 툇마루 밑에서 발견되었다. 이웃집 주인이 아기 울음 소리를 듣고 발견한 것이다. 들국화는 셔츠 위에 윗옷 하나만 걸치고 추위에 떨고 있었다. 들국화는 이 이야기를 할아버지 제사 때마다 귀가 닳도록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들국화는 불면증에 시달렸고 편식을 했으며 아침마다 늦게 일어났다.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외삼촌이 집에 오시면 집에 들어가지를 못했고 담임 선생님이 사시는 동네를 지날 때면 몸과 마음이 굳어지고 긴장이 되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들국화는 항상 의기소침하였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불안했다. 특히 남자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누군가 자기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그 사람에게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었다. 그래서 쉽게 이용을 당하고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다.

 

들국화는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는 것은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들국화의 결혼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남편으로부터 쉽게 상처를 받았으며 과도하게 분노를 표현했다. 마음 속에서는 너무나도 사랑받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막상 행동은 그 반대로 했다. 첫 아기를 낳았을 때 들국화는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아기를 양육하는 것이 힘겨웠고 젖을 먹이는 것이 싫었다. 들국화는 자기 안에 거절받은 내면아이의 특징들이 거의 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들국화에게 행복했던 기억들도 있다. 아름다운 자연은 그녀의 놀이터였고 동네 친구들은 세상과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놀이의 과정이 되었다. 들국화는 많이 치유되었다. 치유상담연구원에서의 공부와 영성치유수련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들국화는 지금도 그 치유와 회복의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들국화의 노력과 변화에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내면의 치유와 회복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