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감정의 치유

[펌] 우리는 어떻게 믿음을 잃어가는가?

agape824 2024. 10. 1. 18:59

다들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면 친구 사귀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렇죠.  다들 겉으로는 친한 것 같지만 깊은 관계를 만들기는 점점 어려워 집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 마음이 상처 투성이기 때문 일겁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였죠.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서 친구라고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는데, 그 중에도 제일 친한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여자였으면 결혼을 했을 만큼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그런 친구 였죠.  그런데 졸업을 즈음에서 그런 생각이 저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녀석한테 저는 그다지 소중한 친구가 아니었던 거죠.  저는 어린마음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도저히 그 친구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였죠.

다시는 상처를 받기 싫었으니까요.  한동안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고, 저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하지만 마음엔 갑옷을 두룬채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은 저에게 가르침을 주더군요.  이미 오래 전이 되어버린 고등학교 때의 그 친구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었죠.  시간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이란 건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주는 것이라고', 그리고…

'상대방이 비로소 화답을 했을 때, 주고 받는 관계가 생기고 그것이 믿음이 된다는 것이라고'

 

그런 생각에서 보면, 사실 그 친구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던 거죠.  잘못은 그 친구에게 준 사랑의 보답을 원하는 '제 마음의 기대' 였을 뿐입니다.  그 기대에 대한 실망 때문에 친구를 용서할 수 없었고, 그걸 깨달은 저는 이제 친구를 용서합니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사랑은 단방향' 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사랑은 그저 베푸는 것이죠.  기대를 하면 언제나 상처를 받기 나름입니다.  그리고, 살다 보면 가끔씩 보답을 받는 사랑이 있답니다.  기쁘죠.  '사랑이 양방향'이 되는 순간입니다.  저는 그걸 '믿음' 이라고 부릅니다.  비로소 둘 사이에는 믿음이 만들어지고, 진정한 친구를 얻게 되는 거죠.

 

그 친구를 용서한 다음부터, 많은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사랑을 베풀기 시작했고, 그 베품에 화답을 한 사람은 저의 친구가 되는 거죠.  놀랍게도 그런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손을 내미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  그게 다 손을 내밀다 다친 마음의 상처 때문 일겁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이제 용기 내어 손을 한번 내밀어 보세요.  가끔씩 손을 내밀어도 상대방이 잡지 않아 민망한 경우도 있지만, 사랑에는 실망도 포함되어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곧 누군가는 내밀은 손을 잡을 것이고, 나는 그 사람과 이 세상을 함께 사는 것이죠.

믿음의 친구, 상처를 견뎌낼 만큼 멋지지 않습니까?